2011년 오스카 수상작을 내가 다시 뽑는다면 영화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한지 벌써 몇 달이 지났지만 오늘 호주 영화 '애니멀 킹덤'을 봄으로써 오스카 
주요 부문 후보로 올랐던 영화를 한번 씩 다 보게 됐다. 그래서 내 기준으로 오스카 수상작을 다시 뽑아보련다.
이번 시상식 후보작들을 보면 예년보다 괜찮은 작품들이 더 많았는데 결국 위너는 주요부문을 휩 쓴 '킹스 스피치'
가 됐다. 그러나 내 시상식에선 결과가 많이 다른데 함 살펴보자.

Best Motion Picture of the Year

 

ACTUAL WINNER

킹스 스피치

: 여러 면에서 10년 전 수상작인 '뷰티풀 마인드'를 연상시킨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고 엔딩도
감동적이지만 나의 수상작으로 뽑기엔 무난한 웰메이드 드라마 정도. 영국 왕실 얘기라는 점은 영미권
사람들에겐 큰 흥미거리 일 수 있지만 나같은 한국 사람에겐 그렇지도 않고. 보수적인 선정.

MY WINNER

블랙 스완

: 킹스 스피치가 착한 요조숙녀라면 이 영화는 블랙 스완의 이미지처럼 강렬한 매혹의 팜프파탈이랄까?
연기와 연출 모두 압도적인 최고의 영화.

NOMINEES

127시간 
: 제임스 프랑코의 연기에 깊이 감정이입해서 본 영화. 작은 스케일때문에 올해의 영화로는 무리인듯 싶다.

더 파이터
: 왜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지 이해가 안되는 영화. 어려움을 이겨내고 주변의 도움에 힘입어 성공한다는
스포츠 영화 클리셰인데 이야기 전개도 난장판이다. 단 이 영화로 오스카 후보에 오른 조연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았다.

인셉션
: 기대를 엄청 했는데 보고나서 실망한 영화. 독특한 세계관을 이야기로 엮기 위해 억지로 껴맞춰 진행해
나간다. 뭐 연기 같은 건 애초에 기대할 게 없었고.

The Kids Are All Right
: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 인물 간의 관계 설정과 변화가 볼거리. 올해의 영화로선 무게감이 떨어지는 듯.

소셜 네트워크
: 시상식 전 올해의 영화 수상의 강력한 후보였으나 킹스 스피치에 밀렸다. 강렬한 인상이나 감동을 줄
KO펀치가 없어서 밀린듯?

토이 스토리3 
: 블랙스완이 없었으면 나의 수상작으로 뽑았을 거다. 애니메이션이지만 클리셰하기는 커녕 나름의 반전과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장편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수 있는 극대치.

True Grit
: 울나라에는 'The brave'라는 이상한 제목으로 개봉했다. 사전을 보면 나오지만 brave가 명사로 쓰이면 
용기라는 뜻이 아니라 사람을 말하는 건데 야구팀 Atlanta Braves에서 보듯이 인디언 전사의 뉘앙스가 
강하고 The brave를 '용감한 사람들' 이라고 봐도 추상적인 다수를 뜻하기 때문에 역시 어색하다. 뭐 애초에
brave를 명사로 쓴느 경우 자체가 드무니. 트루 그릿이라고 제목을 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은데 왜 지들
맘데로 the brave라는 어색한 제목으로 바꾸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한글 제목으로 하던가.

영화는 괜찮았다.

윈터스 본
: 소재나 플롯은 별 인상적이지 않은데 남자 조연의 카리스마있는 연기가 인상적. 오스카 후보에도 올랐다.



Best Performance by an Actor in a Leading Role

 

ACTUAL WINNER

콜른 퍼스 - 킹스 스피치

: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에 최소한 후보라도 오르고 싶으면 'half-retarded'한 역할을 하라는 말이 있다. 
영화 트로픽 썬더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잘 설명해주는데 한마디로 어딘가 좀 상태가 안좋은 역을 해야
한다는 거다. 단 'full-retarded'한면 안되고.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가 좋은 예다. 뭐 이 영화에서 콜린 퍼스
가 맡은 역이 딱 그런 캐릭터는 아니지만 일종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선 저 케이스에 해당된다. 아무래도
어딘가 장애가 있는 역할을 하면 더 좋은 연기 평가를 받는 건 사실이니.

MY WINNER

하비에르 바르뎀 - Biutiful

: 이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의 소름 돋는 연기로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은 바 있는데 이 번에도 오스카 
트로피의 자격이 충분하다. 절망에 빠져 추락하는 남자의 내면을 과잉된 감정표현 없이도 완벽하게 표현했다.
언어가 스페인어가 아니라 영어였으면 실제로도 수상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거다.

NOMINEES

제프 브릿지 - True Grit
: 전형적인 웨스턴 무비 히어로 역이 아니지만 그 캐릭터만의 카리스마를 멋지게 살렸다. 단 2년 연속 한 사람에게
주연상을 수여하기는 부담이 있었을 거다.

제시 아인스버그 - 소셜 네트워크
: 다소 밋밋할 수도 있었던 영화에 극적 재미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연기자 위주로 돌아가는 영화가
아니었으니 다른 후보들에 비해 존재감이 밀린다.

제임스 프랑코 - 127시간
: 바르뎀이 아니었으면 제임스 프랑코를 뽑았을 거다. 그의 울부짓는 얼굴 표정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Best Performance by an Actress in a Leading Role

ACTUAL WINNER

나탈리 포트만 - 블랙 스완

: 영화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친 극중 캐릭터는 나탈리 포트만 그 자체였다. 포트만이 극 중에서 블랙 스완이 
되는 순간은 마치 위대한 여배우의 탄생을 보는 듯한 압도적인 장면. 

MY WINNER

나탈리 포트만 - 블랙 스완

:Finally they and I have something in common!

NOMINEES

아네트 베닝 - The Kids Are All Right
:사실 이 영화는 4~5명의 캐릭터가 공동 주연이라 할 정도로 한 사람의 비중이 높지 않다. 밑에 조연상 후보
에서 또 언급하겠지만 아네트 베닝을 후보로 올리기엔 비중이나 분량이 너무 낮은 거 같다.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재밌는 건 골든 글로브에선 같은 영화에 출연한 줄리안 무어도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점이다. 한 영화에서
여우주연상 후보가 두 명이나 나온 것. 

니콜 키드만 - 래빗 홀
:'자식을 사고로 잃고 비탄에 빠진 여인' 이라는, 시상식에서 인정받기 좋은 떡밥의 연기를 했는데 실제로 imdb
게시판이나 리뷰에서는 Oscar-bait, Award-grubbing(시상식 노리는) 라고 혹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니콜 
키드만의 연기는 문제가 없었는데 극중 캐릭터 자체에 문제가 있다. 캐릭터의 발전은 별로 볼 수 없고 시종일관
신경질내거나 울기만 하니 보다가 짜증이 날 정도.

제니퍼 로렌스 - 윈터스 본
: 나름 인상적인 연기였으나 후보에 오른 정도에 만족해야.

미셸 윌리엄스 - 블루 발렌타인
: 젊고 매력적인 고등학생과 삶에 지친 아줌마 역할을 모두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인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도 훌륭했는데 imdb 보드에선 두 캐릭터의 입장을 각기 옹호하는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남자라면 라이언 고슬링의 역할에 공감할 것이다. 조금 뜬금없이 가슴 노출 씬이 있다.


Best Performance by an Actoror in a Supporting Role

ACTUAL WINNER
크리스찬 베일 - 더 파이터

:위에도 썼듯이 영화 자체는 별로 였는데 조연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 그 중에서 크리스찬 베일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조연상 수상자로 손색이 없는 연기였다. 단 '약물에 쩔어 막 살다가 개과천선하는', 시상식
에서 어필하기 좋은 떡밥의 역할이었기도 했다.

MY WINNER

제프리 러시 - 킹스 스피치

: 킹스 스피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연기는 남우주연상을 받은 콜린 퍼스의 연기보다 제프리 러시의 조연
연기였다. 대사 한마디, 표정 하나에 명배우의 아우라가 묻어나온다.   

NOMINEES

제레미 레너 - 더 타운
: 벤 에플렉을 뭍히게 만드는 카리스마. 

존 혹스 - 윈터스 본 
: 난폭하고 강한 카리스마를 뿜는다는는 점에선 더 타운의 제레미 레너와 비슷하지만 제레미 레너의 캐릭터는
무식하게 폭력을 쓰는 깡패라면 윈터스 본의 존 혹스는 별 폭력을 쓰지도 않고 눈빛과 제스처 만으로도 압도적
인 카리스마를 뿜는 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마크 러팔로 - 
The Kids Are All Right
: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여유있고 유머있으며 자유롭게 생각하는 쿨가이인데 후반에
다른 캐릭터로 변해가는 모습이 볼 만하다. 다른 후보들의 드라마틱한 캐릭터에 비해선 좀 무난한 감이 있다.


Best Performance by an Actress in a Supporting Role

ACTUAL WINNER

멜리사 리오 - 더 파이터

: 여우조연상 후보들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공통적으로 '여장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멜리사 리오의
캐릭터는 그 중에서도 가장 기가 세다고 할 수 있다. 근데 이 캐릭터는 단지 기만 셀 뿐 1차원적이다.
후보 5명 중에 가장 인상에 안 남은 연기.

MY WINNER

재키 위버 - 애니멀 킹덤

: 애니멀 킹덤이 호주 영화가 아니었으면 좀 더 관심을 받았을 거다. 재키 위버의 캐릭터는 더 파이터의
멜리사 리오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점이 있는데 재키 위버 쪽이 훨씬 다면적이고 심지어 압도적이다.
일종의 반전을 보여줄 땐 소름 돋을 정도였다.

NOMINEES

에이미 아담스 - 더 파이터
: 이쁘장한 얼굴에 억센 성격이라는 아이러니한 점이 캐릭터를 돋보이게 했다. 후보에 오를 정도인가는 의문점.

헬레나 본햄 카터 - 킹스 스피치
: 왕의 비로서 설득력 있는 연기를 했는데 기억에 남는 건 개성있는 얼굴.

헤일리 스테인펠드 - 트루 그릿
: 오스카 역사상 가장 논쟁이 될 만한 노미네이션 중 하나 일듯 싶다. 연기가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스테인필드를
조연으로 분류하는 게 옳냐는 문제다. 영화에서 출연시간도 가장 길고 시점의 중심이 되는 인물을 어떻게 조연으
로 분류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위에서 언급한 주연상 후보에 오른 the kids are alright의 아네트 베닝의
경우와 비교하면 더 이상하다. 물론 시상식에서 주연/조연 분류의 문제는 종종 논란이 되는거지만 이번 경우는 좀
납득이 안되다.


Best Achievement in Directing


ACTUAL WINNER

탐 호퍼 - 킹스 스피치

: 킹스 스피치가 작품상을 받은 건 그래도 이해가 되는 데 감독상까지 줘야했는지는 의문이다.  

MY WINNER

대런 아로노프스키 - 블랙 스완

: 영화 자체도 완벽하고 대런 아로노프스키 아니면 누구도 이 영화를 만들 수 없었을 거다.

NOMINEES

코엔 형제 - 트루 그릿
: 트루 그릿은 다른 코엔 형제의 영화에 비해 정통파스러운 느낌이 강한데 훌륭한 영화지만 그들의 베스트는
아니다.

데이빗 핀처 - 소셜 네트워크
: 대런 아로노프스키 아니었음 데이빗 핀처를 뽑았을 거다. 장기간에 걸쳐 일어난 실제 사건을 시간순으로 
엮는 구성은 지루해지기 십상인데 단 한번도 페이스를 잃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흐름이 이어진다. 

데이빗 오 러셀 - 더 파이터
: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더 파이터가 그나마 볼만 했던건 배우들의 열연덕분이고 감독은 영화를 엉망으로 
만들어 놨다. 이 사람 뺴고 크리스토퍼 놀란을 넣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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