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는 오역이고 정확한 번역은 뭘까? 그냥 끄적여

여기저기서 많이 인용되는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는 주지하다시피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쓰여진 것으로 원문은 "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이다. 그렇다면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는 맞는 번역인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제대로 된 번역이 
아니고 더 정확한 번역은 "오래 살다보면 내 이런 일(죽음)이 생길 줄 알았지." 정도 된다. 해석하자면 살다
보면 결국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재치있는 문장으로 표현 한 것이다.
'우물쭈물 지체하다가 제대로 한 것도 없이 죽었다'는 뉘앙스의 종래의 번역과는 뜻이 많이 다른 걸 알 수 있다.

그럼 어째서 그런가? 'stayed around'의 해석이 달라서 그렇다. 여기서 around는 '존재하다','살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옥스포드 사전의 예문을 빌리면 'maize has been around for a long time(옥수수는 오랫동안 존재
해왔다)'같은 식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부사든 형용사의 형태든 around가 이런 뜻으로 쓰이는 건 매우 흔하다.

반면 'stayed around long enough'를 '우물쭈물하다'로 해석하면 뭔가 이상하다. 오래 살았다고 해석하지 않으면
그냥 오래 있었다는 뜻인데 이걸 '우물쭈물 지체했다'라고 해석할 여지가 없다. 우물쭈물했다는 부정적 의미가 
되려면 long enough 대신 'too long' 였어야 하는데 그래도 이상하고 우물쭈물 '하다가'의 뜻이면 if가 아니라 while
이 돼야 말이 된다. 의역의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영어감각이 있다면 이러나 저러나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구글을 검색해보면 흥미롭게도 저 두가지 버전의 해석 그대로 잘못 인용된 문장들이 보인다.
나의 주장처럼 ""I knew if I live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으로 인용된 게 있고 
통용되는 해석에 가까운 "I knew if I wait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로 인용된 것도 있다.

저런식으로 잘못 인용되는 걸 보면 추측하기에 외국 사이트나 외국인들 사이에도 해석의 이견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두번째 문장으로 본다고 해도 한국 번역문장인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의 뜻이 되는 건 아니다. 
묘비명으론 어색하지만 말그대로 '오래 기다리면~'의 뜻인데 우물쭈물~로 번역하려면 본래 문장의 느낌과 많이 다른 
의역을 해야만 한다.

내친 김에 word-reference의 영어원어민 게시판에도 물어봤다.

 
두 명의 시니어 멤버도 내 의견에 동의했다. 그렇다고해도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는 문장이니 내 말이 꼭 맞다고
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영어실력과 언어능력을 가진 원어민 대다수가 나와 같은 뜻으로 해석할 거라 본다.  

그런데 아주 재밌게도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가 오역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말 이상한 번역을 들고 나온
사람들이 있었는데(http://blog.naver.com/joycestudy/100034991675 에서 링크.)

 지하의 버나드 쇼가 쓴웃음을 지어야 할 일이 한국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의 묘비명이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번역돼 우리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쇼는 전혀 이런 의도로 말하지 않았다. 비문의 번역은 전혀 그답지 않다. 그는 실제로 우물쭈물한 사람도 아니었다. 

묘비명의 원문은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이다. 번역하면 ‘나는 알았지. 무덤 근처에서 머물 만큼 머물면 이런 일(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이다. 

비문이 오역된 것은 영어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 탓이다. around는 전치사적 부사(prepositional adverb)로 다음에 the tomb이 감추어져 있다.

 

출처 : [기고/이윤재]‘정확성이 생명’ 번역은 공학이다

한 성결대 교수도 출처도 안 밝히고 위의 내용을 인용한다.

국제신문의 서동오 기자는 '오역의 늪에 빠져 허둥대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에 위의 내용을 역시 인용한다.
그러면서 저 엉터리 번역이 '우물쭈물~'번역한테 판정승 했다는 평가를 한다. 적어도 '우물쭈물~'은 의역의 여지라도
있는데ㅋ 


난 이윤재씨의 저 글을 보고 어떻게 영어번역 전문가라는 사람이 저런 이상한 번역을 해놓고 오역이니 쓴웃음이니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around 뒤에 the tomb 숨겨져있다는 그런 판타스틱한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신기하며 around를 왜 억지써서 전치사로 보고, 만약 전치사라면 어찌 뒤의 명사가 생략된 건지 이윤재 씨
한테 묻고 싶다.

게다가 그 해석인 '무덤 근처에서 머물 만큼 머물면 이런 일(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뭐 안 좋은 장소에 오래 머무르지 마라 이런 뜻이라는 건가?ㅋ 조지 버나드 쇼가 퍽이나 
그런 말을 묘비명으로 남겼겠다. 조지 버나드 쇼의 그 쓴웃음은 이윤재 씨한테 지을듯 싶다. 

마지막으로 내가 보기에 가장 제대로 된 번역을 다시 남기고 끝내겠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오래 살다보면 내 이런 일(죽음)이 생길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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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ntrol,Balance,Freedom | #eWord 2013-02-24 16:13:14 #

    ... George Bernard Shaw 관련글 : ZTD via @zen_habits | #eWord.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가 오역이라는 의견이 있군요. 그래도 우물쭈물로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글은 앨런라킨의 책에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각색한 내용입니다. About these ads Sha ... more

덧글

  • 긁적 2011/08/26 19:04 # 답글

    호오. 재미있네요. 잘 보았습니다.
  • snotfuck 2011/09/04 06:14 # 삭제 답글

    오! 오빠 대단하다`~~~~ 영문학과라고 해도 믿을듯...ㅋㅋㅋ
    근데 오빠 연락이 안돼~!!!! 나 여행에서 돌아왔는데, 야옹이 사료나 모래 같은거 떨어졌을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글 보면 알려주...머 사야될거 있는지 오빠~!!!!!!^^
  • 후안 2011/09/04 14:52 #

    악 지금 다시 보니 번역문장에 치명적 오타가 있어서 수정했음ㅋㅋ
    페이스북 봤어ㅋㅋ
  • 도토리 2011/10/14 12:36 # 삭제 답글

    저도 항상 의문점이 들던 문제입니다.

    왜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를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다" 라고 번역을 했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름 외국체류도 하고, 영어도 공부 많이 해서 원어민 수준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내 머리가 돌인가?

    라고 생각하다가, 신문 기사에서 '우물쭈물 하다가,,,'를 언급하기에 다시 파고들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도저히 '우물쭈물..' 으로 의역한건 이해가 안되네요.
  • 후안 2011/10/22 11:04 #

    제 생각엔 누군가 첨에 '우물쭈물~'로 오역을 했는데
    그 표현이 워낙 절묘해서 다른 매체에서도 계속 쓰인 게 아닌가 합니다.
    사실 원문보다 오역문장인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다"가
    더 교훈적이고 와닿는 문장이죠.
    버나드 쇼의 저 묘비명은 사실 버나드쇼 명언/격언모음 같은데 잘 나오지도 않습니다.
    묘비명으로서 재치있는 문장이지만 오역문장같은 교훈성이나 절묘함이 있는건 아니거든요.
  • sunbe 2011/12/10 12:27 # 삭제 답글

    좋은 지적입니다.

    어쩌면 우리 말을 벼리는 데 경지에 오른 시인이

    늦은 밤 감흥에 취해
    쑈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문자 사이에 숨겨졌던 뜻을 언뜻 전해 들었던 건 아닐까요?
  • 탐험가 2013/01/01 14:11 # 삭제 답글

    새해가 되어서 버나드 쇼 묘비명이 생각났다가 "어? 이거 오역이라던데?"하던게 생각나서 찾아봤습니다. 영어를 많이는 못하지만 제가 봐도 님의 번역이 가장 가까운 것 같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후안 2013/01/01 15:10 #

    제가 이런글 쓴 것도 까맣게 있고 있었는데 탐험가님 덧글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네요ㅋㅋ
    본문 글투가 상당히 공격적인 게 뻘쭘합니다.

    사실 '우물쭈물...'은 오역이라도 그 문장 나름의 교훈과 맛이 있는데 본문에 인용한 전문번역가라는
    사람의 번역은 지금봐도 황당하네요.
  • 오지만디아스 2013/08/06 09:14 # 삭제 답글

    사실 더 재미있는 건 '우물쭈물하다가 내 그럴 줄 알았지' 라는 오역을 죽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건전하고(ㅋ) 미래지향적인(ㅋ) 명언이라고 해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거지요.
  • 건강친구 2013/12/24 13:51 # 삭제 답글

    오래된 글이네요~~
    오늘에서야 다른 것을 검색하다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오역한것 처럼...지금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입에 올려 많이 활용했던 명언? 이었으니요.
    감사한 마음으로 댓글 올립니다.
  • .. 2015/04/04 01:43 # 삭제 답글

    글 잘 봤습니다...저도 님의 생각에 일부 동감합니다. 하지만, around가 있다, 존재하다의 의미로 쓰였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사전에서도 around가 있다, 존재하다로 쓰인다고 하지 않습니다...(열심히 찾아봤네요..ㅎㅎ)
    예문으로 들어주신 'maize has been around for a long time'. 에서의 around는 주변에, 여기저기에, 도처에 라는 부사적 의미로 쓰였다고 보아야 맞는 것 같습니다. 즉, 옥수수가 오랫동안 (도처에) 존재해왔다는 뜻이지요.. 이 문장에서 '있다, 존재하다'의 뜻으로 쓰인 것은 has been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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